티스토리 툴바

최근 영화들

re-count 2011/04/03 22:10

1. An education (2010) with Carey Mulligan


you've got me wrapped around your little finger노래가 좋아서 결국엔 ost 앨법까지 구입. 특히 프랑스 문화라면 눈과 귀가 번쩍 뜨이는 francophile이면서 성장물은 영화든 소설이든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지라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영화. 고등학생 역의 여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는게 이상한가? 후후. 개인적으로는 Never let me go에서 처음 알게된 Carey Mulligan의 재발견이었다.


Jenny 와 Helen의 한껏 꾸민 모습은 매혹적이었다. 나는 요즘, 아름다움과 (약간의) 반전이 가미된 고전적임에 꽂혀있다. 과거보다는 옷차림이나 나의 외모에 신경을 쓴다. 이것이 외모지상주의 사회인 한국 생활의 병폐인지, 아니면 31이 되어 늦바람이 든 것인지, 아님 더 예뻐지면 좀더 사랑스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타인을 의식한 생각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새는 과거보다 더 자주 거울을 보고, 체형에 민감해진 내 스스로를 본다.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라면 길을 가거나 버스 안에서 보이는 다른 사람의 옷차림이나 외모를 유심히 살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 자신이 부끄럽고 또 한심하지만, 아 저건 별로다, 안어울린다, 아 저 사람은 얼굴형이 예쁘군, 등의 판단을 한다. 남의 외모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사람, 외모에 과도하게 신경쓰는 사람을 참 한심하게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의 모습에 대해 (아직까지는) 마음 속으로 평가하고, 내 모습을 한번 더 확인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면 깜짝 놀란다. 


좀더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2. 아프리카의 눈물(2011)

극장판 아프리카의 눈물은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관점 없이 나열된 다큐멘터리였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 장면은, 까만 살같에 찍혀 나오는 피는 진붉은 색이 아닌 선분홍색이라는 것, 아버지가 없어 목에 양의 창자를 걸지 못한 노총각의 슬프면서 불안한 눈빛, 모래폭풍, 유목민의 삶, 가뭄으로 인해 죽은 사막 코끼리의 사체, 눈이 녹아가는 킬리만자로, 수백미터 높이의 폭포 등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 다큐를 보고 아프리카 연구에 대한 마음이 좀 커졌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지금 이 순간에 아름다워지기 위해 살을 짓이기고, 소의 피를 받아 마시며, 다른 부족이 버리고 간 집을 들고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묵직해졌다.

영화를 함께 본 친구는 그들이 사람이기 보다는 가축같다는 충격적이지만 시원하게 반박할 수 없는 말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실 지금 내가 사는 모습도 동물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즐거움과 쾌락을 쫓고, 배고프면 먹고, 잠오면 자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치장하고, 원하는 것을 위해 싸우고, 노력하고 -  내가 하는 일 중 동물이 못하는 일이 뭐가 있지? 문자를 쓰는 것? 언어를 하는 것?

TV판 아프리카 눈물을 찾아봐야겠다.





기억의 방문

re-flex 2011/03/30 22:07
문득, 버스 속에서 아이팟을 만지작거리다가 말레이시아 여행 중 쓴 글을 봤다.  국립모스크에서 사람 없는 대리석 발코니에 앉아 다다다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던 기억이 났다. 평안함. 정적이면서도 동적임. sereneness. 상쾌하면서도 차분함.

거대한 체스판 사이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가끔씩 불쑥 일상을 찾아오는 이런 기억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짧은 순간

re-flex 2011/03/21 20:49
1. 아파트 보도블럭 바닥에서 야채를 파시는 할머니, 집에 들어가시기 전 리어카를 꽁꽁 싸매시는 모습. 추운 밤 집에 가시면 좀 쉬실래나.

2. 6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나이든 아버지가 손을 꼭 잡고 과일 가게 앞에 서서 무엇을 먹을까 쾌활하게 웃으며 고민하는 모습. 아버지의 다른 한 손에는 옆집에서 산 만두 꾸러미.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